나보다 나를 더 아는 화면
유튜브나 SNS를 열면, 추천 목록이 묘하게 내 취향을 꿰뚫고 있다. 누른 적도 없는데, 딱 보고 싶었던 영상이 줄지어 뜬다. 이 화면은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알까. 그리고 이렇게 잘 맞히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일일까.
규모가 먼저다 — 매분 오백 시간의 영상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규모를 실감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에는 매분 오백 시간 분량의 영상이 새로 올라온다. 하루치 업로드만 전부 보려면 연속 시청이 팔십이 년 걸린다. 이 거대한 창고에서 내가 보고 싶을 영상 열 개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추천 알고리즘이 하는 일이다. 유튜브는 이를 위해 매일 팔백억 개에 달하는 신호를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핵심은 '협업 필터링'
추천의 가장 흔한 비결은 협업 필터링이라는 방식이다. 원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한 것을, 나도 좋아할 것이다." 알고리즘은 영상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않는다. 그저 수많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비교할 뿐이다. 테니스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 재즈도 즐긴다는 데이터가 쌓이면, 테니스 영상을 본 신규 사용자에게 재즈도 추천한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수백만 명의 이력이, 내 다음 추천을 결정하는 것이다.
딥러닝이 더한 두 단계
현대의 추천 시스템은 협업 필터링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유튜브 엔지니어 팀이 2016년 ACM 추천시스템 학회에서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유튜브 추천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후보 생성 단계다. 수억 개의 영상 중에서 나에게 맞을 법한 수백 개를 빠르게 추려낸다. 두 번째는 랭킹 단계다. 추려진 후보 중에서 다시 정밀하게 순위를 매겨 최종 열 개 안팎을 화면에 올린다. 이 두 번의 거름망을 거쳐야 내 홈 화면에 오를 수 있다.
알고리즘은 내 행동을 읽는다
이 시스템은 내가 직접 누른 '좋아요'만 보는 게 아니다. 어떤 영상을 끝까지 봤는지, 어디서 멈췄는지, 무엇을 그냥 넘겼는지 같은 은근한 신호까지 모두 학습한다. 특히 시청 시간은 핵심 지표다. 유튜브는 2011년 클릭률만으로 추천하면 낚시성 영상이 판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012년 클릭 대신 시청 완료 시간을 중심 지표로 바꿨다. 이 구조를 딥러닝으로 공식화한 것은 2016년 코빙턴·애덤스·사르긴의 논문이다. 직접 클릭하지 않아도, 내가 무심코 한 행동 하나하나가 내 취향을 그리는 점이 된다. 그래서 쓰면 쓸수록 추천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편리함의 그림자, 필터버블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것'만 계속 보여주면, 내 세계는 점점 좁아질 수 있다. 비슷한 것만 보고, 다른 것은 점점 안 보이게 된다. 인터넷 활동가 엘리 패리저는 2011년 이 현상에 '필터버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개인화라는 거품 속에 갇혀, 내 기존 취향과 생각만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가 든 사례는 단순했다.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두 사람이 전혀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면, 우리는 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단정은 이르다 — 학계의 반론
여기서 솔직하게 짚을 점이 있다. 필터버블이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지는, 학계에서도 아직 논쟁 중이다. 2014년 ACM 월드와이드웹 학회에 발표된 누옌 외 연구팀의 논문은 복합적인 결과를 보고했다. 영화 추천 서비스를 장기 이용한 사용자들을 분석했더니, 개인 수준에서는 접하는 장르의 폭이 점점 좁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추천을 오래 쓸수록 개인 취향이 더욱 고착될 수 있다는 신호다. 2024년 ACM 웹 컨퍼런스에 발표된 앤워·쇤베크·딜런의 연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필터버블 현상을 두 가지 다양성으로 나눠 분석했다. 사용자들 사이의 다양성, 그리고 한 사용자 안에서의 다양성이다. 분석 결과, 일반적인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 간 취향의 차이는 좁히는 경향이 있었지만, 개인이 접하는 콘텐츠의 다양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필터버블은 분명히 경계할 현상이되, 정해진 결론이라기보다 우리가 계속 지켜봐야 할 과제에 가깝다.
오늘의 통찰
추천 알고리즘은 결국,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내 행동을 모아 나를 크게 확대해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핵심은 알고리즘이 결코 골라주지 않을 것을, 가끔 스스로 찾아 나서는 일이다. 거기서 취향은 더 넓어지고, 화면이 보여주는 내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