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 토막 과학

당신 몸의 원자는 죽은 별의 잔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혈관 속 철은 수십억 년 전 폭발한 별에서 날아온 것이다.

당신 몸속의 철은 어디서 왔을까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혈관 속을 흐르는 적혈구에는 철이 들어 있다. 성인 몸에는 약 2~3그램의 철이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철은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폭발한 거대한 별이 남긴 잔해다. 탄소도, 뼈를 이루는 칼슘도, DNA를 만드는 질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 이 말은 시적 표현이 아니라, 현대 천문학과 핵물리학이 증명한 과학적 사실이다.


몸을 이루는 원소들

인체의 원소 구성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질량 기준으로 인체의 약 65퍼센트는 산소, 18.5퍼센트는 탄소, 9.5퍼센트는 수소, 2.6퍼센트는 질소다. 이 네 원소만 합해도 몸 질량의 96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 밖에 칼슘, 인, 철 등이 나머지를 채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이 원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답은 우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빅뱅이 만든 것과 만들지 못한 것

약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우주는 엄청나게 뜨거웠다. 이때 빅뱅 핵합성이 일어나 수소와 헬륨, 그리고 극소량의 리튬이 만들어졌다. 빅뱅 이후 약 3분에서 20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오늘날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의 대부분과 헬륨의 대부분이 이때 만들어졌다.

문제는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점이다. 빅뱅 핵합성은 탄소, 산소, 철 같은 무거운 원소를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탄소와 철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별은 핵융합 공장이다

별이 빛을 내는 이유는 핵융합 때문이다. 별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핵 네 개가 결합해 헬륨 하나가 되는 반응이 쉬지 않고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것이 빛과 열로 나온다. 태양도 지금 이 순간 이 반응을 통해 빛을 내고 있다.

그런데 별 내부의 수소 연료가 다 타버리면 어떻게 될까? 별은 중력으로 수축하고 중심 온도가 더욱 높아진다. 온도가 약 1억 도를 넘으면 새로운 반응이 시작된다. 헬륨 원자핵 세 개가 충돌해 탄소를 만드는 반응, 이른바 삼중 알파 과정이다.

삼중 알파 과정은 놀라운 연쇄다. 먼저 헬륨 두 개가 충돌해 불안정한 베릴륨-8을 만들고, 이것이 순식간에 세 번째 헬륨과 충돌해 탄소-12가 된다. 이 반응이 가능한 건 탄소-12에 '호일 상태'라는 특별한 에너지 준위가 있기 때문이다. 1953년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이 이 에너지 준위의 존재를 예측했고, 실험으로 곧바로 확인됐다. 만약 이 공명이 없었다면 우주의 탄소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고,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탄소가 만들어지면 이어서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가 차례로 합성된다. 질량이 태양의 열 배 이상 되는 거대한 별들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 점점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원소가 철이다.


철이 별을 죽인다

철은 원자핵 중에서 가장 안정된 구조를 가진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면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고, 더 가벼운 원소로 쪼개도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철은 핵에너지의 '막다른 골목'이다.

거대한 별의 중심에 철이 쌓이기 시작하면 핵융합이 멈춘다. 에너지 생산이 끊기면서 중심부가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붕괴한다. 이 붕괴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중심핵이 압축되며 반발력을 만들고, 그 충격파가 바깥층을 강타한다. 그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초신성: 별이 죽으며 원소를 뿌린다

초신성 폭발은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폭발하는 순간 별 하나가 은하 전체 별빛과 맞먹는 밝기로 빛난다. 폭발 직후 극도로 높은 온도와 중성자 폭풍 속에서 r-과정(중성자 포획 핵합성)이 일어나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단, 금·우라늄처럼 매우 무거운 원소들의 주 생성처는 초신성보다는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킬로노바'로 알려져 있으며, 이 점은 아래에서 다시 다룬다.

그리고 별 내부에 쌓여 있던 탄소, 산소, 규소, 철,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모두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진다. 이 가스와 먼지가 수억 년을 떠돌다가 다른 가스 구름과 뭉치고, 새로운 별과 행성이 된다.

약 46억 년 전, 그렇게 뭉쳐진 가스 구름에서 태양이 탄생했고, 남은 물질이 지구를 비롯한 행성이 됐다. 지구에 산소와 철과 탄소가 풍부한 이유는 태양 이전에 이 자리에서 살다 죽은 별들이 그 원소들을 뿌려놓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증명한 '우리는 별의 후손'

1957년,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 네 명—마거릿 버비지, 제프리 버비지, 윌리엄 파울러, 프레드 호일—이 104페이지짜리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제목은 '별 속에서의 원소 합성'. 저자 이름 첫 글자를 따서 B2FH 논문으로 불리는 이 논문은 별이 원소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이 논문 덕분에 '원소는 별에서 왔다'는 사실이 과학의 정설이 됐다. 참여 연구자 중 윌리엄 파울러는 198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와 공동 수상).

2017년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가 더해졌다.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장면(GW170817)이 중력파 관측소로 포착됐는데, 이 충돌에서 금을 비롯한 무거운 r-과정 원소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초신성뿐 아니라 중성자별 충돌(킬로노바)도 우주의 핵심 원소 공장인 것이다.

2017년 미국 뉴멕시코 아파치포인트 천문대의 대규모 관측(APOGEE, APO 은하진화탐사)은 15만 개의 별을 분석해 인간과 은하가 97퍼센트의 원소를 공유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APOGEE는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DSS)의 일부로 적외선 분광 관측을 통해 별의 원소 조성을 측정한 프로젝트다.


당신은 우주의 산물이다

지금 숨을 쉬면서 몸속으로 들어오는 산소는 수십억 년 전 어느 별이 만들었다. 피 속의 철은 초신성의 폭발 속에서 벼려졌다. DNA를 구성하는 탄소와 질소는 삼중 알파 과정이라는 놀라운 핵반응의 산물이다.

당신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사실 당신은 자신의 조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별이 죽어 당신이 태어났다. 이보다 더 장엄한 기원 이야기는 없다.

출처

#과학#우주#원소#핵합성#초신성##스타더스트#탄소##핵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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