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 토막 과학

별은 왜 반짝일까 — 행성은 안 반짝이는데

별이 반짝이는 건 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범인은 우리 발 아래 공기다.

별은 왜 반짝일까 — 행성은 안 반짝이는데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은 반짝이고, 목성이나 금성은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 차이에는 사실 꽤 정교한 물리학이 숨어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다.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별은 수백, 수천 광년 떨어져 있다. 지구에 도달하는 그 빛은 길고 긴 우주 공간을 거의 완벽하게 직선으로 날아온다. 진공 우주에선 빛이 방해받을 것이 없으니까. 문제는 마지막 순간이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그 짧은 구간에서 모든 소동이 벌어진다.

지구 대기는 균일하지 않다. 지표면에서 대류권 상단(고도 약 8~15킬로미터)까지, 온도와 밀도가 제각각 다른 공기 덩어리들이 끊임없이 뒤섞인다. 낮 동안 태양열로 데워진 지표면의 공기가 올라오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며, 제트기류가 상층부를 가로지른다. 이 모든 움직임이 대기 난류(turbulence)를 만든다.

빛은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면 굴절한다. 안경 렌즈나 물속 동전이 굽어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대기 속 공기 덩어리들의 밀도가 제각각 다르니, 별빛은 이 덩어리들을 통과하며 아주 미세하게 꺾이고 또 꺾인다. 더 큰 문제는 이 공기 덩어리들이 1초에 수십 번 위치와 밀도를 바꾼다는 점이다. 굴절 방향이 계속 달라지면서 별의 밝기와 위치가 순간순간 흔들린다. 우리 눈에는 이것이 '반짝임'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이 쓰는 단어: 시상(Seeing)

이 현상을 천문학에서는 시상(seeing) 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astronomical seeing'이다. 그리고 별빛이 반짝이는 현상 자체는 신틸레이션(scintillation) 또는 대기섬광이라 한다.

시상의 좋고 나쁨은 각초(arcsecond) 단위로 잰다. 각초는 각도의 3600분의 1이다. 도시 근교에서는 보통 시상이 2각초 전후다. 세계 최고급 천문대가 들어선 하와이 마우나케아나 칠레 파라날 같은 고지대 건조 지역은 0.4각초 이하까지 내려간다. 숫자가 작을수록 대기가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시상을 더 정밀하게 나타내는 지표로 프리드 파라미터(Fried parameter, r₀) 가 있다. 이는 대기 난류에서 빛이 일관되게 움직이는 공기 덩어리의 평균 크기를 나타낸다. 일반적인 천문대에서는 가시광선 기준으로 5~20센티미터이고, 최상의 환경에서는 40센티미터까지 올라간다. 이 값이 작을수록 대기 난류가 심하고, 별은 더 많이 흔들린다.


행성은 왜 반짝이지 않을까

이제 핵심 질문으로 가자. 같은 대기를 뚫고 들어오는데, 왜 행성 빛은 반짝이지 않을까?

별과 행성의 결정적 차이는 겉보기 크기(각지름) 다.

별은 아무리 큰 항성이라도 지구에서 보면 수백 광년 거리 때문에 사실상 점광원(point source) 이다. 망원경으로 최대 배율로 봐도 별은 여전히 '점'이다. 점 하나에서 오는 빛은 하나의 좁은 광선 다발로 대기를 통과한다. 대기 난류 하나만 그 광선을 건드려도 별 전체가 출렁인다.

반면 행성은 다르다. 목성의 경우 지구에서 볼 때 각지름이 최대 약 50각초에 달한다. 금성도 조건에 따라 수십 각초가 된다. 이는 대기 난류 덩어리 하나의 크기(프리드 파라미터 기준 수 센티미터에서 수십 센티미터)보다 훨씬 크다.

결과적으로, 행성 원반의 왼쪽 가장자리에서 오는 빛과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오는 빛은 서로 다른 대기 덩어리를 통과한다. 왼쪽 빛이 이쪽으로 굴절될 때 오른쪽 빛은 저쪽으로 굴절되는 식이다. 수십 개, 수백 개의 대기 난류 셀을 동시에 통과하는 빛들이 평균을 내버리니 출렁임이 서로 상쇄된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밝기가 유지된다. 반짝임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 행성도 지평선 가까이 낮게 떠 있을 때는 살짝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 빛이 통과하는 대기 두께가 훨씬 두꺼워져 난류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주에 나가면 별도 반짝이지 않는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별 사진을 보면 깜박임이 없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상 망원경보다 훨씬 선명한 영상을 찍는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구 대기권 밖에는 굴절을 일으킬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허블은 직경 2.4미터짜리 거울을 가졌는데, 지상의 직경 10미터 거대 망원경들도 대기 때문에 해상도에서 허블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상 천문대들은 적응광학(adaptive optics) 기술을 개발했다. 별빛의 파면 왜곡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거울 모양을 매 순간 보정하는 방식이다. 초당 수백 번 보정이 이루어지면서 시상의 영향을 크게 줄인다. 자연 별이 근처에 없을 땐 레이저를 하늘에 쏘아 인공 별(레이저 가이드 스타)을 만들어 기준점으로 삼는다.


한 줄 정리

별이 반짝이는 건 별의 내재적 성질이 아니다. 지구 대기의 난류가 별빛을 순간순간 구부리는 것이다. 행성은 겉보기 크기가 커서 이 교란이 서로 상쇄되어 반짝이지 않는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면 별, 반짝이지 않으면 행성 — 이 단순한 규칙이 사실은 아주 정교한 대기 물리학의 결과다.


출처

##반짝임#시상#seeing#대기#난류#천문학#행성#스킨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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