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부가 들은 의외의 진실
수영장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누군가 벽을 두드리면, 그 소리는 공기 중에서보다 더 빨리 귀에 도착한다. 직관과 반대다. 물은 공기보다 훨씬 무겁고 빽빽한데, 무거운 것을 밀고 가야 하는 소리가 어떻게 더 빨라질까?
답은 우리가 평소에 잘못 짚고 있던 곳에 있다. 소리의 속도를 정하는 건 매질이 '얼마나 무거운가'가 아니라, '얼마나 단단한가'다.
소리는 결국 '밀침의 릴레이'
소리는 입자가 직접 날아가는 게 아니라, 입자끼리 서로를 밀치며 전달되는 압력의 파동이다. 한쪽 입자가 옆 입자를 밀고, 그 입자가 또 옆을 밀고 — 이 밀침의 릴레이가 매질을 타고 퍼져 나간다.
그렇다면 이 릴레이를 빠르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두 가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첫째, 단단함(탄성)이다. 입자들이 서로 단단하게 붙어 있어 누르면 곧바로 튕겨 되밀어내는 물질일수록 신호가 빨리 전달된다. 물리학에서는 이 '누르는 힘에 저항하는 정도'를 부피탄성률, 즉 압축에 버티는 강성이라고 부른다.
둘째, 무거움(밀도)이다. 입자 하나하나가 무거우면 밀어도 굼뜨게 움직여 릴레이가 느려진다.
단단함과 무거움이 겨룬다
이 둘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 18세기에 뉴턴이 세우고 라플라스가 보정한 식이다. 음속은 단단함을 밀도로 나눈 값의 제곱근으로 결정된다. 즉 단단할수록 빨라지고, 무거울수록 느려진다.
여기서 핵심이 드러난다. 물은 공기보다 약 800배 무겁다. 밀도만 보면 물속에서 소리가 훨씬 느려야 한다. 그런데 물은 공기보다 압축에 저항하는 단단함이 무려 1만 배 이상 크다. 공기는 누르면 푹 들어가는 스펀지지만, 물은 아무리 눌러도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이 압도적인 단단함의 우위가 무거움의 불리함을 크게 앞질러, 결국 물속에서 소리가 더 빨라진다.
공기보다 물, 물보다 쇠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하다. 섭씨 20도 공기에서 소리는 초당 약 343미터로 달린다. 같은 온도의 민물에서는 초당 약 1,481미터, 공기의 약 4.3배다. 그리고 철 같은 금속에서는 초당 약 5,120미터에 이르러, 공기의 약 15배에 달한다. 쇠는 물보다도 비교할 수 없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이 멀리서 오는 기차를 확인하려고 철로에 귀를 대던 장면을 떠올려보자. 공기를 타고 오는 기적 소리보다, 레일이라는 단단한 쇳덩이를 타고 오는 진동이 먼저 도착한다. 미신이 아니라 음속의 물리 그대로다.
무거운데 왜 더 빠를까, 다시
흥미롭게도 더 무거운 금속이라고 꼭 더 빠른 건 아니다. 무게보다 단단함의 차이가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속을 가르는 진짜 질문은 "얼마나 무거운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안 눌리는가"가 된다.
한 가지 덧붙이면, 공기 중 음속은 기압이 아니라 온도가 좌우한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음속은 초당 약 0.6미터씩 빨라진다. 더운 날 소리가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빨리 퍼지는 이유다.
정리하면 이렇다. 소리는 단단한 길일수록 빨리 달린다. 공기는 무르고, 물은 단단하고, 쇠는 더 단단하다. 그래서 같은 소리라도 어떤 길을 타느냐에 따라 도착 시각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