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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은 약하다 — 대신 환경을 설계하라

매년 1월, 헬스장은 미어터진다. 그리고 2월이 되면 다시 조용해진다.

매년 반복되는 장면

매년 1월, 헬스장은 미어터진다.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이 "올해는 정말 달라질 거야"라는 각오를 다지며 등록증을 끊는다. 그런데 2월이 되면 다시 조용해진다. 업계 보고서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1월에 등록한 신규 회원 중 절반 이상, 많게는 80퍼센트가 5개월 안에 이탈한다고 알려져 있다.

왜일까. 의지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게을러서일까.

심리학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의지력은 실제로 약하다 — 하지만 이유가 있다

1998년, 미국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실험 하나를 설계했다. 참가자들을 방 안에 불러 모아 갓 구운 쿠키 향기를 가득 채웠다. 한 그룹은 쿠키를 먹게 했고, 다른 그룹은 쿠키를 참으면서 대신 무를 먹도록 했다. 그 직후 두 그룹 모두에게 풀 수 없는 퍼즐을 풀게 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쿠키를 참은 그룹은 쿠키를 먹은 그룹보다 훨씬 빨리 포기했다.

바우마이스터는 이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불렀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며, 한 곳에서 소모하면 다음 과제에서 약해진다는 이론이다.

이 연구는 심리학 역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2016년, 사정이 복잡해졌다. 마틴 해거(Martin Hagger)가 전 세계 23개 연구실, 총 2천 141명을 동원한 대규모 재현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자아 고갈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과학계는 지금도 의지력 고갈 이론을 두고 논쟁 중이다.

그렇다면 의지력은 무한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두 진영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의지력에 기대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번 결심으로 버티는 사람은 결국 지친다. 세상에 유혹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물병 하나가 바꾼 것

2012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내과 전문의 앤 소른다이크(Anne Thorndike) 연구팀은 병원 구내식당을 대상으로 6개월짜리 두 단계 실험을 했다. 첫 3개월은 식품에 색상 라벨을 붙여 건강도를 표시하는 라벨링 단계였고, 다음 3개월은 선택지의 배치 자체를 바꾸는 단계였다. 특별한 설득은 없었다. 직원들에게 건강을 강조하는 캠페인도 없었고, 음식의 종류를 바꾼 것도 아니었다.

2단계에서 연구팀이 한 일은 단 하나였다. 계산대 옆 냉장고에 탄산음료만 있던 자리에 생수를 함께 진열하고, 식당 곳곳에 생수 바구니를 놓았다.

배치를 바꾼 3개월 후, 생수 판매는 25.8퍼센트 늘었다. 탄산음료 판매는 11.4퍼센트 줄었다. 아무도 설득하지 않았고, 아무도 참지 않았다. 그저 선택지의 위치를 바꿨을 뿐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미국 공중보건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됐다.

있는 곳이 전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하버드 법학대학원 교수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2008년 저서 『넛지(Nudge)』에서 이 개념을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라 이름 붙였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고를 때 내용보다 배치에 더 크게 반응한다. 어떤 선택지가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고, 손에 닿기 쉬운 곳에 있으면, 사람들은 더 많이 그것을 고른다. 의지와 무관하게.

스탠퍼드대 행동설계연구소(Behavior Design Lab)의 비제이 포그(BJ Fogg) 박사는 이를 더 단순하게 정리했다. 행동이 일어나려면 동기, 능력, 계기가 동시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동기만 올리려 들면 지친다. 가장 지속 가능한 전략은 능력, 즉 실행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다. 좋은 행동의 문턱을 낮추고, 나쁜 행동의 문턱을 높이면 된다.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면 생기는 일

2017년,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연구팀이 대학생 52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같은 집중력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한 그룹은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뒤집어 두게 했고, 다른 그룹은 가방 안에, 나머지 그룹은 아예 다른 방에 두게 했다.

스마트폰을 아예 다른 방에 둔 그룹의 성적이 가장 높았다. 책상 위에 둔 그룹이 가장 낮았다. 전원이 켜져 있든 꺼져 있든 관계없이, 스마트폰이 시야 안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지 자원을 갉아 먹는다는 결론이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두뇌 유출(brain drain)"이라 불렀다.

결심이 문제가 아니었다. 폰이 눈에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환경 설계의 세 가지 원칙

이 모든 연구를 관통하는 원칙은 셋으로 정리된다.

첫째, 좋은 것을 눈에 띄는 곳에. 책을 읽고 싶다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둔다. 운동화를 현관 한가운데 놓아두면 나갈 확률이 달라진다. 물을 더 마시고 싶다면 책상 위에 물병을 올려둔다.

둘째, 나쁜 것의 접근을 멀게. 과자를 안 먹고 싶다면 서랍 깊숙이 넣는다. 아니면 아예 사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를 줄이고 싶다면 앱을 두 번째 화면 폴더 안으로 옮긴다. 로그인을 유지하지 않는다. 매번 결심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실행 단계의 수를 늘려 마찰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한 공간에 하나의 역할을.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면 침대는 각성의 공간이 된다. 책상에서 게임을 하면 책상은 집중의 공간이 아니게 된다. 공간과 행동이 연결되면, 그 공간에 앉는 순간 뇌가 먼저 반응한다.

오늘 하나만

환경을 설계하는 일은 거창한 게 아니다. 지금 당장, 한 가지만 옮겨도 된다.

운동화를 현관 앞에 꺼내 놓는다. 물병을 책상 위에 올린다. 스마트폰을 충전기 위치만 바꿔 다른 방에 둔다.

의지력에 기대는 삶은 매번 지친다. 하지만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유혹을 이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유혹과 만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이 달라지려는 게 아니다. 당신이 사는 공간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출처

#동기부여#환경설계#습관#자기계발#행동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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