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한 입 요약

『유토피아』 — 완벽한 나라는 왜 불가능을 뜻할까

토머스 모어가 만든 단어 '유토피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름 속에 숨긴 비밀

1516년, 영국의 법률가 토머스 모어는 라틴어로 얇은 책 한 권을 펴냈습니다. 제목은 『유토피아』. 어디에도 없는 섬에 사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이 사는 어디에도 없는 완벽한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모어가 직접 만들어낸 이 단어,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 'ou(없다)'와 'topos(장소)'를 합친 말로, 글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합니다. 완벽한 사회를 묘사하는 책의 제목이, 처음부터 '그런 곳은 없다'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더 정교한 장치가 있습니다. 그리스어에는 비슷하게 발음되는 또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eu(좋다)'와 'topos(장소)'를 합치면 '에우토피아(Eutopia)', 즉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두 단어는 그리스어로 발음이 거의 같습니다. 모어는 이 두 의미를 하나의 단어에 겹쳐 놓았습니다. 완벽한 곳이자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곳. 이것이 '유토피아'라는 단어에 숨겨진 이중 의미입니다.

단어 하나에 풍자를 집어넣은 인문주의자.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 이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시대의 그늘 — 양이 사람을 잡아먹다

토머스 모어(1478~1535)는 당대 영국 최고의 법률가이자 인문주의자였습니다. 에라스뮈스와 절친한 친구였고, 훗날 헨리 8세 치하에서 대법관까지 오른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유토피아』를 쓰기 시작한 것은 1515년, 플랑드르로 외교 사절을 다녀오면서였습니다. 그 무렵 영국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이었습니다. 지주들이 양모 무역 이익을 위해 농지에 울타리를 치고 양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수백 년간 그 땅에서 살아온 농민들이 쫓겨났습니다.

모어는 『유토피아』 1권에서 이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했습니다.

"그렇게 온순하고 작은 것들이더니, 지금 그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양이 사람을 먹는다는 역설. 현실에서는 양을 키우기 위해 사람이 땅에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이 문장 하나가 당시 영국의 현실을 집약합니다. 쫓겨난 농민들은 갈 곳이 없었고, 도둑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어는 도둑을 처형하는 영국 법원에 묻습니다. "사람들을 도둑으로 만들어 놓고서, 도둑을 처형하는 것이 정의인가?"

등장인물의 이름도 풍자다

책 속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토머스 모어' 자신, 그의 친구 '피터 자일스', 그리고 허구의 인물 '라파엘 히틀로다이우스(Raphael Hythlodaeus)'입니다.

라파엘은 성경의 대천사 이름으로 '신이 치유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성(姓)인 '히틀로다이우스'는 그리스어로 '허튼소리를 늘어놓는 자'를 뜻합니다. 유토피아라는 완벽한 나라를 탐험하고 그것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인물의 이름이, 바로 '허튼소리꾼'인 것입니다.

여기서도 모어는 그리스어를 아는 독자에게만 들리는 농담을 심어두었습니다. 게다가 책 속 '토머스 모어'를 라틴어로 쓰면 '모루스(Morus)'가 되는데, 이것은 그리스어로 '바보'를 뜻합니다. 완벽한 사회를 설명하는 허튼소리꾼과,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바보. 모어는 이 구조 자체를 풍자 장치로 삼았습니다.

유토피아의 내부 — 완벽함과 불편함

히틀로다이우스가 묘사하는 유토피아 섬은 놀랍습니다.

사유재산이 없습니다. 모든 재화는 공동 창고에 보관되고, 필요한 만큼 가져다 씁니다. 하루 노동 시간은 여섯 시간. 남는 시간은 학문과 여가에 씁니다. 금은 변기와 죄수의 족쇄에 쓰여,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황금에 대한 욕망을 경멸하도록 만듭니다.

한 번은 이웃 나라 사신들이 금목걸이와 금반지를 잔뜩 걸고 유토피아를 방문했습니다. 자신들의 화려함으로 유토피아인들을 압도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유토피아 아이들이 그 사신들을 보며 수군거렸습니다. "저 사람들, 죄수 아니야?" 그들이 두른 황금 장신구가 유토피아에서는 죄수의 표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다원적으로 허용됩니다. 단, 무신론자는 예외입니다. 모어는 도덕의 기반이 신에 대한 경외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토피아에는 노예제도가 있습니다. 전쟁 포로나 중죄인은 노예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당혹스러워집니다. 완벽한 사회에 노예가 있다니. 모어는 일부러 이 불편함을 남겨두었을까요?

저자의 침묵 — 그래서 이게 이상향인가?

책 말미에서 '토머스 모어' 캐릭터는 혼자 남아 이렇게 말합니다.

"유토피아의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사회에는 분명 바랐으면 하는 것들이 많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과, 바란다는 것을 동시에 말합니다. 모어는 끝내 유토피아를 자신의 이상이라고 직접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학자들은 지금도 이 책을 두고 논쟁합니다. 진지한 정치 이론서인가, 아니면 정교한 풍자인가? 유토피아의 사회 제도 중 일부는 당시 모어의 천주교 신앙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유토피아는 이혼을 허용하고 안락사도 가능하게 하며 성직자가 결혼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모어 자신의 바람이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는 결국 1535년 헨리 8세에게 참수형을 당할 때까지 가톨릭 신앙을 지켰습니다.

모어는 대답을 독자에게 맡겼습니다.

이름이 이미 답이었다

토머스 모어는 완벽한 나라를 꿈꾸면서도, 그 나라의 이름에 처음부터 '그런 곳은 없다'는 뜻을 심어두었습니다.

이것은 절망이 아닙니다. '좋은 곳'과 '없는 곳'을 동시에 뜻하는 이 단어는, 어쩌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더 나은 세상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쪽을 향해 가야 한다고.

모어는 영국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섬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 섬의 이름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정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유토피아』를 쓰고 19년 뒤, 모어는 왕의 명령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런던탑에서 참수됩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나는 왕의 좋은 신하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신하입니다"였다고 전해집니다.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이, 처음부터 이상은 어디에도 없다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것이 『유토피아』가 오백 년이 지나도 읽히는 이유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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