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위험
우리는 보통 자유의 반대말을 '독재'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왕이나 폭군이 내 입을 막고 내 삶을 짓누르는 그림 말입니다. 그런데 존 스튜어트 밀은 1859년에 낸 책 『자유론(On Liberty)』에서 전혀 다른 위험을 지목합니다. 왕이 사라지고 '국민이 주인'이 된 사회에도, 아니 바로 그런 사회에서, 새로운 억압이 자란다는 것입니다.
밀은 이 억압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 다수가 소수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사는 사람을 짓누르는 힘입니다. 이 개념 자체는 토크빌이 미국 민주주의를 관찰하며 먼저 지적했고, 밀은 그것을 더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법보다 무서운 것 — 여론이라는 감옥
다수의 횡포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꼭 법으로 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법이라면 눈에 보이고, 맞서 싸울 대상이라도 됩니다. 그러나 다수의 진짜 무기는 여론, 관습, 그리고 '남들처럼 생각하고 살라'는 소리 없는 압력입니다.
이 압력은 경찰보다 촘촘하게 사람을 파고듭니다. 감옥에 가두지 않고도 마음속까지 들어와, 다른 생각을 아예 품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튀는 의견은 비웃음을 사고, 남다른 삶의 방식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입을 다물고, 스스로 남들과 똑같아집니다. 밀이 보기에 이것은 어떤 독재자보다 조용하고, 그래서 더 완벽한 지배였습니다.
위해원칙 — 자유를 막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
그렇다면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언제 막아도 될까요. 밀은 여기에 아주 단순한 하나의 원칙을 세웁니다. 흔히 위해원칙(harm principle)이라 불리는 기준입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문명사회의 어떤 구성원에게, 그의 뜻을 거슬러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뿐이라는 것.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그 사람이 자기 몸과 마음에 관해 내리는 결정은 온전히 그 사람의 몫입니다.
"그건 너 자신을 위해서야",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 이런 이유로는 개인의 자유를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나에게만 관계된 영역에서, 개인은 그 자신에 대해 주권자입니다.
왜 '틀린 의견'까지 지켜야 하는가
『자유론』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부분입니다. 밀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의견이 명백히 틀렸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침묵시킬 권리가 있는가? 밀의 답은 '없다'입니다. 그는 네 가지 이유를 듭니다.
첫째, 우리가 틀렸다고 확신하는 그 의견이 사실은 옳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침묵시키는 것은, 자신이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오만입니다.
둘째, 설령 그 의견이 틀렸더라도 그 안에는 대개 진리의 한 조각이 섞여 있습니다. 다수의 통설도 완전한 진리인 경우는 드물기에, 반대 의견과 부딪쳐야만 나머지 진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셋째, 통설이 온전한 진리라 해도, 반박받지 않는 진리는 '살아 있는 진리'가 아니라 '죽은 독단(dead dogma)'이 됩니다. 왜 옳은지 따져보지 않고 그냥 외우는 정답이 되어 버립니다.
넷째, 그렇게 되면 그 믿음은 사람의 삶과 행동을 움직이는 힘을 잃습니다. 껍데기만 남는 것입니다.
그래서 밀은 말합니다. 하나의 의견을 침묵시키는 것은, 그 의견을 가진 한 사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서 무언가를 빼앗는 일이라고. 반대자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가 진리를 붙들고 있는지 시험해 주는 존재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밀은 이 책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해리엇 테일러 밀에게 바쳤고, 이 사상이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그가 세운 위해원칙과 '다수의 횡포'라는 개념은 오늘날 표현의 자유, 소수자의 권리, 개인의 사생활을 논할 때 여전히 출발점이 됩니다.
지금 우리는 왕이 없는 시대에 삽니다. 그러나 다수의 횡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여론의 압력은 더 빠르고 더 뜨겁게 개인을 향합니다. 조금 다른 의견은 순식간에 몰매를 맞고, 사람들은 미움받지 않으려 스스로 입을 닫습니다.
밀이 백육십여 년 전에 던진 질문은 그래서 지금도 우리를 찌릅니다. 우리는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목소리를 지워도 되는가. 『자유론』의 답은 분명합니다. 자유로운 사회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할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