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는 머리로 그리기 어렵다
"연 6%면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몇 년 걸릴까?" 이걸 정확히 계산하려면 지수·로그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공식은 이렇습니다.
두 배 되는 햇수 = ln(2) ÷ ln(1 + 수익률)
ln(2)는 자연로그로 약 0.693입니다. 즉 수학적으로 가장 정확한 수는 69.3이지만, 이 숫자는 암산에 불편합니다. 그런데 암산으로 거의 맞히는 아주 오래된 어림법이 있습니다. 바로 72의 법칙입니다.
공식은 나눗셈 하나
두 배 되는 햇수 ≈ 72 ÷ 연 수익률(%)
- 연 6% → 72 ÷ 6 = 약 12년
- 연 8% → 72 ÷ 8 = 약 9년
- 연 3% → 72 ÷ 3 = 약 24년
- 연 12% → 72 ÷ 12 = 약 6년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두 배 되는 시간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4%에서 8%로 수익률이 두 배가 되면, 두 배 되는 기간은 18년에서 9년으로 절반으로 줄죠.
왜 69.3이 아니라 72인가
수학적으로는 69.3이 더 정확합니다. 그런데 왜 72를 쓸까요?
72는 약수가 많습니다. 1, 2, 3, 4, 6, 8, 9, 12로 나뉩니다. 가장 자주 마주치는 수익률인 2%, 3%, 4%, 6%, 8%, 9%, 12% 모두에서 나머지 없이 딱 떨어집니다. 반면 69.3은 어떤 일반적인 수익률로도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실용성이 정밀성을 이긴 것입니다.
정밀도를 따지면, 수익률 6~10% 구간에서 72의 법칙의 오차는 실제 값과 대부분 4개월 이내입니다. 연 8% 수익률을 예로 들면 72 법칙은 9년, 정확한 복리 공식은 9.006년으로 차이가 0.006년(약 이틀)에 불과합니다.
530년 전에도 쓰던 공식
72의 법칙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94년 이탈리아 수학자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가 쓴 Summa de arithmetica입니다. 복식부기와 회계학의 기초를 정리한 이 책에 이 법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만 파치올리가 직접 유도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시대에 이미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암산법을 기록한 것으로 학자들은 봅니다. 즉 르네상스 상인들이 장부 계산에 일상적으로 쓰던 지혜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셈입니다.
거꾸로도 쓴다 — 물가의 무서움
72의 법칙은 돈이 줄어드는 속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물가가 매년 3% 오르면, 72 ÷ 3 = 24년 뒤 내 돈의 가치는 절반이 됩니다. 연 4% 물가라면 18년 만에 절반이 되죠. 가만히 둔 현금이 왜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반대로, 빚에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연 18%짜리 카드 할부를 그대로 두면, 72 ÷ 18 = 4년 만에 빚이 두 배로 불어납니다. 복리는 자산을 키울 때 친구지만, 부채에는 적이 됩니다.
72의 법칙이 잘 맞는 범위
이 법칙은 수익률 6~10% 구간에서 가장 정확합니다. 수익률이 이 범위를 벗어나면 어떻게 할까요? 전문가들은 조정 공식을 씁니다.
- 수익률이 낮을수록(2% 이하) → 69나 70을 쓰면 더 정확합니다.
- 수익률이 높을수록(12% 이상) → 74나 76으로 올려 잡으면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예금·적금·주식 장기 수익률 범위에서는 72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투자 선택에 즉시 쓰는 법
오늘 가입한 상품이나 관심 있는 투자 수단의 연 수익률을 72로 나눠 보세요.
| 연 수익률 | 두 배 되는 햇수 |
|---|---|
| 2% (정기예금 수준) | 36년 |
| 4% | 18년 |
| 6% | 12년 |
| 8% | 9년 |
| 10% | 7.2년 |
| 12% | 6년 |
숫자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신호입니다. 동시에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큰 격차를 만드는지 직접 느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연 2%와 연 8%는 수익률로는 네 배 차이지만, 두 배 되는 기간은 36년 대 9년, 무려 27년이 차이납니다.
정리 한 줄
72를 연 수익률로 나누면, 복잡한 로그 없이도 복리의 힘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530년 전 르네상스 상인들이 썼던 그 암산이 지금도 통한다는 것, 좋은 원리는 시대를 타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이며 특정 상품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