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의 괴담 한 조각

선원만 사라진 멀쩡한 배 — 메리 셀레스트호

음식도 화물도 그대로인 배가 바다 위를 떠돌고 있었다. 사람만, 단 한 명도 없이.

멀쩡한 배, 사라진 사람들

1872년 12월,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한 척의 배가 이상하게 흔들리며 떠다니고 있었다. 아조레스 제도에서 동쪽으로 700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진 바다였다. 지나가던 다른 상선의 선장 데이비드 모어하우스는 그 배의 어색한 움직임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돛은 일부만 펼쳐진 채 군데군데 찢겨 있었고, 갑판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신호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그는 부하들을 작은 보트에 태워 그 배로 보냈다. 배의 이름은 메리 셀레스트호였다.

이 배는 그해 11월 7일,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 제노바로 향하던 미국 국적의 상선이었다. 화물은 공업용 알코올 1,700통가량. 배에 탄 사람은 모두 열 명이었다. 노련한 선장 벤저민 브릭스와 그의 아내 세라, 두 살배기 딸 소피아, 그리고 선원들. 가족이 함께 탄, 평범한 화물 항해였다.

식탁 위 시간이 멈춘 듯

보트를 타고 다가가 갑판에 오른 선원들은 곧 소름 끼치는 사실을 마주했다. 배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배는 멀쩡했다. 가라앉고 있지도, 부서지지도 않았다. 화물인 알코올 통은 거의 그대로 쌓여 있었다. 6개월치 식량과 식수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선원들의 개인 소지품도 제자리에 있었고, 선장의 항해일지는 최근까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마치 사람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것처럼, 모든 게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다만, 그 사람들이 없었다.

사라진 건 구명보트였다

단서는 몇 가지뿐이었다. 우선 배의 구명보트 한 척이 사라져 있었다. 항해에 꼭 필요한 도구들도 함께 보이지 않았다. 배 바닥에는 1미터쯤 바닷물이 고여 있었는데, 이 정도로는 배가 가라앉지 않는다. 두 개의 펌프 가운데 하나는 분해돼 있었다. 그리고 바닷물 깊이를 재는 막대가 갑판 위에 나와 있었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물 높이를 확인했다는 흔적이었다. 항해일지의 마지막 기록은 11월 25일, 아조레스 제도 가까이였다. 배가 발견된 건 그로부터 열흘 뒤. 그동안 이 배는 키를 잡은 사람 하나 없이 홀로 바다를 떠돈 셈이었다.

법정에 선 의심들

배는 지브롤터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조사가 열렸다. 사람들은 처음엔 끔찍한 상상을 했다.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켰거나, 누군가 가족을 해쳤거나, 보험금을 노린 사기라고. 난간과 선장의 검에서 발견된 얼룩이 핏자국이 아닌지 의심받기도 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 그 얼룩은 피가 아니었다. 값나가는 물건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폭력의 흔적도 없었다. 몇 달에 걸친 조사 끝에 법정은 결국 어떤 범죄의 증거도 찾지 못했다. 답을 못 찾은 이 사건은 오히려 더 큰 상상을 불렀다. 훗날 셜록 홈즈를 쓴 작가 코넌 도일까지 이 배를 소재로 한 소설을 발표하면서, 메리 셀레스트호는 유령선의 대명사가 되었다.

가장 그럴듯한, 그래서 가장 서늘한 답

오늘날 연구자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보는 가설은 폭력도 괴물도 아니다. 분해된 펌프와 잘못 읽힌 수심 막대 탓에, 선장이 배가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가능성이다. 다급해진 그는 가족과 선원을 구명보트에 태워 배를 버리라 명령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배는 멀쩡했고, 망망대해로 나선 작은 보트가 사고를 당했다면 사람들은 그대로 사라졌을 것이다. 즉, 그들은 멀쩡한 배를 두려워하다, 안전한 곳을 스스로 떠난 셈이 된다.

한 줄 정리

메리 셀레스트호의 진짜 공포는 괴물이 아니라, 멀쩡한 배 위에 남은 그 고요함에 있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데 사람만 없는 풍경. 그 열 사람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보고 배를 떠났는지는, 150년이 지난 지금도 바다만 알고 있다.

출처

#메리셀레스트#유령선#미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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