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이 꺼진 섬
스코틀랜드 본섬에서 서쪽으로 약 삼십이 킬로미터. 거친 대서양 한가운데에 플래넌 제도라는 작은 바위섬 무리가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들. 그 중 가장 큰 섬 에일런 모르 꼭대기에 1899년 등대 하나가 세워졌다.
이 등대를 지키는 사람은 늘 세 명이었다. 한 명은 교대로 뭍에서 쉬었다. 1900년 12월, 그곳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주임 등대지기 제임스 듀캣, 둘째 보조 토머스 마셜, 그리고 임시 등대지기 도널드 맥아더. 맥아더는 병가를 낸 동료 윌리엄 로스를 대신해 들어온 사람이었다.
12월 15일 밤, 인근을 지나던 증기선 아크토르 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날씨가 사나운데도 플래넌 등대의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등대가 깜깜했다. 선장은 항해 일지에 그 사실을 적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한 것은 12월 18일이었다. 그제야 등대가 꺼졌다는 소식이 등대 관리국에 전해졌다.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교대용 보급선 헤스페루스 호가 섬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다가 너무 거칠었다. 폭풍 때문에 출항이 며칠이나 늦춰졌고, 배가 에일런 모르에 닿은 것은 12월 26일 정오였다.
평소라면 등대지기들이 깃발을 올리고, 보급품 상자를 선착장에 내려두고, 절벽 위에서 손을 흔들며 배를 맞아야 했다. 그런데 깃대에는 깃발이 없었다. 선착장에 내려둔 상자도 없었다. 절벽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교대 등대지기 조지프 무어가 홀로 절벽 계단을 올랐다. 바깥 출입문은 닫혀 있었다. 안쪽 문들도 닫혀 있었다. 그가 부엌에 다다랐을 때,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멈춰버린 시간
무어가 본 등대 안은 기묘하게도 단정했다.
등은 깨끗이 손질되어 있었고, 기름도 가득 채워져 있었다. 렌즈와 기계도 닦여 있었다. 등대지기의 일과는 어김없이 지켜진 흔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계는 태엽이 풀려 멈춰 있었다. 며칠 동안 불을 피운 자리도 없었다. 침대는 정돈되지 않은 채였다.
세 사람은 그냥 사라졌다. 싸운 흔적도, 다친 흔적도, 작별의 말도 없었다.
그리고 가장 서늘한 단서가 거기 있었다.
우비 한 벌이 남아 있었다
등대지기들의 방수 우비와 장화는 거친 선착장으로 내려갈 때만 입는 물건이었다. 무어는 듀캣의 우비와 장화가 사라졌고, 마셜의 우비와 장화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분명 바다 쪽 선착장으로 내려간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사람, 맥아더의 우비는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날은 폭풍이 몰아치고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그런 날 바깥으로 나가면서, 맥아더는 우비를 입지 않았다. 셔츠 차림 그대로 빗속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규칙을 알아야 한다. 등대 관리국 규정상 등대에는 늘 최소 한 사람이 남아 있어야 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등대를 비우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맥아더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않고, 우비를 챙길 새도 없이, 무언가를 보고 급히 두 동료를 향해 뛰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그를 셔츠 바람으로 폭풍 속에 뛰어들게 했을까.
바다가 한 일
답은 서쪽 선착장에 있었다.
등대 관리국 감독관 로버트 뮤어헤드가 직접 섬을 조사했다. 그가 본 서쪽 선착장의 피해는 끔찍했다. 해수면에서 무려 약 삼십삼 미터 높이, 그러니까 백 피트를 넘는 곳에 놓여 있던 밧줄 상자가 통째로 쓸려나가 있었다. 그 높이의 철제 난간이 휘어지고 비틀어져 있었다. 무게가 일 톤이 넘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제자리에서 밀려나 있었다. 구명부표는 고정된 줄에서 뜯겨 있었다. 더 위쪽, 해수면에서 약 육십 미터 높이의 잔디까지 파도에 찢겨 나가 있었다.
이 정도 높이까지 닿는 파도란, 평범한 파도가 아니다.
뮤어헤드의 결론은 이랬다. 듀캣과 마셜이 폭풍에 떠내려갈 위험에 처한 장비를 묶어두려고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그때 예상치 못한 거대한 너울이 절벽 면을 타고 솟구쳐 두 사람을 덮쳤다. 등대에서 그 광경을 본 맥아더가 우비를 챙길 새도 없이 두 사람을 구하러 뛰어 내려갔고, 그 역시 다음 파도에 휩쓸렸다. 세 사람 모두 한순간에 바다로 사라진 것이다.
멈추지 않은 이야기
공식 기록은 이렇게 사고로 정리됐다. 사실은 의외로 담백하다. 거대한 파도, 그리고 동료를 구하러 뛰어든 한 사람.
하지만 시신은 끝내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이야기에는 살이 붙었다. 1912년 시인 윌프리드 윌슨 깁슨이 쓴 시 한 편이 결정적이었다. 그 시 속에는 엎어진 의자, 식탁에 반쯤 남은 식사, 멈춘 시계가 등장한다. 이후 잡지들은 폭풍을 기록한 일지, 평소 차분하던 맥아더가 울었다는 대목까지 덧붙였다.
이 극적인 장면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엎어진 의자도, 반쯤 먹다 만 식사도, 흐느끼는 일지도 후대의 창작이다. 등대 안은 그저 단정했고, 시계만 태엽이 풀려 멈춰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만들어낸 이야기를 다 걷어내고 나면, 오히려 사실 쪽이 더 서늘하다. 우비를 두고 셔츠 바람으로 빗속에 뛰쳐나간 사람. 백 피트를 넘는 높이까지 솟구친 바다. 그리고 끝내 돌아오지 않은 세 사람. 등불이 꺼진 섬에 남은 것은, 닫힌 문과 태엽이 풀려 멈춘 시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