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0%"인데 잔고가 왜 이래?
펀드 광고나 투자 설명회에서 자주 보이는 문구가 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 10%." 곧이곧대로 믿으면 1,000만 원이 10년 후 약 2,590만 원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통장을 열어보면 그보다 적은 숫자가 찍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가 틀린 게 아닙니다. 평균의 종류가 다른 겁니다.
투자 세계에는 두 가지 '평균'이 공존합니다. 산술평균(단순 평균)과 기하평균(복리 평균)입니다. 둘을 혼동하는 순간, 예상 잔고와 실제 잔고 사이에 깊은 골이 생깁니다.
산술평균 vs 기하평균 — 계산 한 번으로 차이 확인
가장 간단한 예시로 들어가겠습니다.
1년 차에 +100% 수익, 2년 차에 -50% 손실이 났다고 가정합니다.
- 산술평균: (100% - 50%) ÷ 2 = 25%
- 실제 결과: 1,000만 원 → 2,000만 원(+100%) → 1,000만 원(-50%) = 원금 그대로, 0%
산술평균은 25%라고 말하지만, 실제 내 돈은 한 푼도 불지 않았습니다. 기하평균은 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해 0%를 돌려줍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예를 들겠습니다. 어떤 펀드가 6년간 다음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 연도 | 수익률 |
|---|---|
| 1년 | +40% |
| 2년 | -30% |
| 3년 | +40% |
| 4년 | -30% |
| 5년 | +40% |
| 6년 | -30% |
산술평균: (+40 - 30 + 40 - 30 + 40 - 30) ÷ 6 = 5%
실제 기하평균(복리 수익률): 약 -1%
광고 수치는 연 5%인데, 실제로는 6년 동안 원금보다 줄었습니다. 이게 바로 '산술평균의 함정'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 변동성이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기하평균은 항상 산술평균보다 작거나 같습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재무 이론에서는 이를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 혹은 '분산 손실'(Variance Drain)이라고 부릅니다. 1995년 미국 재무 전문가(실무 포트폴리오 매니저) 톰 메스모어가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 Vol.21 No.4 논문에서 처음 정식화한 개념입니다.
근사 공식은 이렇습니다.
기하평균 ≈ 산술평균 − (분산 ÷ 2) (분산 = 표준편차²) (출처: Messmore 1995; Bogleheads Wiki — Variance drain; Kitces.com — Volatility Drag)
S&P 500 지수의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실적을 실제 숫자로 보겠습니다.
- 산술평균 수익률: 연 8.75%
- 기하평균(실제 복리 수익률): 연 6.94%
- 격차: 1.81%포인트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어떻게 달랐을까요?
- 산술평균 8.75%로 계산한 기대값: 약 23,145달러
- 실제 성장한 금액: 약 19,568달러
약 3,577달러, 우리 돈으로 약 47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같은 지수, 같은 기간인데도 '어떤 평균을 쓰느냐'에 따라 예상치와 현실 사이에 이만큼의 공백이 생깁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격차도 커진다
채권 같은 저변동성 자산과 주식 같은 고변동성 자산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채권 지수(바클레이즈 어그리게이트)의 격차를 보면, 산술평균 4.39%에 기하평균 4.35%로 0.04%포인트 차이에 불과합니다. 채권은 변동성이 낮아서 두 평균이 거의 일치합니다. (이 수치는 Kitces.com 원문에 근거하며, 해당 페이지 직접 접근이 현재 제한되어 1차 교차검증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내부 수학은 일관됩니다.)
반면 호주 주식시장(S&P/ASX 200)의 1979년부터 2012년까지 33년치 자료를 보면, 산술평균은 연 13.9%, 기하평균은 연 11.6%로 2.3%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이 차이가 33년간 쌓이면, 산술평균으로 계산한 기대 지수는 73,330이지만 실제 지수는 37,134로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변동성이 클수록 두 평균의 격차가 커지고, 기간이 길수록 그 격차가 복리로 누적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투자 수익률 숫자를 볼 때 체크할 것들입니다.
1. '단순 평균 수익률'인지 '연복리 수익률'인지 구분하세요. 펀드 보고서에서 단순 평균(산술평균) 수익률이 나오면, 실제 내 돈이 복리로 얼마나 자랐는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아닙니다. CAGR(연평균 복합 성장률)이라고 표기된 수치가 실제 잔고 성장에 해당하는 기하평균입니다.
2. 변동성을 함께 보세요. 변동성이 높은 투자일수록 '표시 수익률'과 '실제 잔고 성장률' 사이의 격차가 커집니다. 변동성이 작아야 광고 수치와 실제 잔고가 비슷해집니다.
3. 큰 손실 한 방이 특히 위험한 이유를 기억하세요. -50% 손실을 회복하려면 +100%가 필요합니다. -30% 손실 회복은 +43%가 필요합니다. 손실의 비대칭성 때문에, 변동성이 큰 구간을 겪을수록 기하평균은 산술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집니다.
한 줄 정리
"연평균 수익률 10%"는 내 돈이 매년 10%씩 자랐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 복리 수익률, 즉 기하평균은 변동성이 클수록 더 낮아집니다. 숫자를 볼 때는 단순 평균이 아닌 CAGR(연복리 수익률)을 확인하는 습관이 내 잔고를 지켜줍니다.